하얗게 얼어붙은 유리를 손으로 문지르고 그 너머로 바깥을 바라보았습니다. 시린 바람을 타고 하늘에서 눈이 흩날립니다. 조심히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면, 작은 눈송이 하나가 손 안으로 살포시 내려앉더니 이내 투명한 빛으로 녹아 사라집니다. 하얗게 쌓인 눈은 어느새 바깥 풍경을 포근함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유난히 더 차갑게 느껴지는 겨울의 첫 번째 눈입니다. 언제나처럼 아침을 준비하고 있으면, 옆에 놓아 둔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합니다.

 

손가락을 움직여 수신 쪽으로 버튼을 끌어가니 화면 너머로 들리는 KPC의 목소리.

 

" 잘 잤어, 탐사자? 좋은 아침이야. 어제는 어땠어? "

 

문득 KPC의 말에 어제를 떠올려 봅니다. 그러니까...무슨 일이 있었죠?

마치 기억이 하얗게 지워진 듯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