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일찍 끝났다고 놀러가지 말고, 꼭 집에 가서 복습하고 일찍 자라.”

 

선생님의 말씀을 뒤로 하고 수업을 조금 일찍 마친 날. 매일같이 달을 보며 집에 가던 것이
익숙해서인지, 해가 쨍쨍히 떠있는 하늘과 약간 서늘한 공기는 조금 어색합니다. 이제 곧 겨울입니다. 앙상한 가지가 눈에 띕니다.

 

삼삼오오 모여서 집에 가고 있는 학생들 사이엔 조금의 긴장이 흐르는군요.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일은 모든 수험생들이 치러야 하는 관문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으니까요! 최종 준비를 마치고 수험표, 신분증이 가방 안에 있는 것을 몇 번이나 확인하고 나면, 휴대폰을 잠시 확인하고 잠이 들 시간입니다. 잠시 켠 휴대폰은 지인들의 응원이나 격려, 선물 등이 도착해 있는 것을 빼고는 평소와 같았습니다. 몸에 흐르는 조금의 긴장을 애써 풀며 PC는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 창문 안으로 쏟아지는 햇살, 적당히 기분 좋은 공기. 알림이 울리기도 전에 눈을 뜬 PC. 이내 불길한 기분을 감지합니다. 해가 이렇게 빨리 뜨던가요? 원래라면 PC의 기상시간은 6시나, 그 이전이어야 했을 텐데? 급하게 휴대폰을 확인하면 시간은 8시에 가까운 시간. 가방을 들쳐매고 뛰어나갑니다.

 

도시락이요? 8시 10분 전까지 입실하지 못하면 모든 게 끝인데 어떡하겠어요! 배정받은 학교로 뛰어가다보면 이상한 기분이 느껴집니다. 이제 곧 정시인데 아무도 뛰지 않는군요. 거기다 오늘은 중학생들이 쉬는 날일텐데, 교복을 입은 근처 학교의 중학생들이 삼삼오오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휴대폰이 떨어집니다. 당신이 그걸 주워들면, 화면에는 분명히 쓰여 있습니다.

 

수능 D-1일. 오늘은 다시 11월의 셋째주 수요일입니다.